달리기를 하며…

드디어 대회에서 뛸 10km 달리기를 처음으로 완주했다.
스스로 축하하고, 또 대견…


달리기를 하다보면, 초반이 제일 힘든 것 같다.
오늘 컨디션이 안좋은것 같고…

뭐가 불편한거 같고…
원래 이렇게 힘들었었나 싶고…
그렇게 간신히 일키로를 뛰면,
아직 일키로 밖에 안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고, 아직도 한 참 가야하는구나 싶다.
몸에선 열이나기 시작하고
처음엔 그 날 기분, 컨디션 따라 뛰었다면
일키로 이후부터는 슬슬 내 원래 페이스를 찾게 된다.
내가 그나마 편안한 익숙한 속도를…

그렇게 계속 뛰다보면…...

계속 힘들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으면, 멈추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걸 안다.
도착하면 얼마나 기쁠지 뿌듯할지 안다.
단지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미칠 것 같이 힘들고,
목적지에 꼭 뛰어서 도착하는게 무슨 의미인가 싶고,
잠깐 걸었다가 다시 뛰어도 될것 같고…
온갖 생각이 다 든다.

 

그리고, 예전에 뛰어봤다고 해서 안 힘든것도 덜 힘든것도 아니다. 

똑같이 힘들다.

새롭게 힘들다.

예전에 어떻게 이렇게 힘든 걸 참고 뛰었지?? 이런 생각 뿐이다.

계획은 10키로였지만… 그냥 5키로만 뛰자.. 거기까지만 가자… 했다가 5키로 지점에 도착하면 여기서 멈춰..??? 조금만 더 가서 커피숍서 커피 마시는건 어때… 메뉴는 뭘로… 하다가…
그래도 얼마 안남았는데 한 번은 10키로 해봐야하지 않나?? 싶다가…
집에는… 돌아서 뛰어가기엔 너무 많이 왔으니.. 지하철을 타고 갈까? 따릉이를 타고 갈까?
지하철 역에서 너무 멀어지는데까진 뛰면 안되는데… 하다가…
풀코스를 뛰는 사람도 있는데... 십키로는 아무것도 아닐텐데... 엄살피우지 말자 싶다가…
조금만 참자, 조금만… 저기 앞까지만 가자… 하다보면,

귀에서 오늘 훈련 종료를 축하한다는 말이 갑자기 들리고

그와 동시에 이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움직이던 그 움직임이

뇌의 명령에 어색하게 멈춰지게 되면서 달리기는 끝이 난다.

인생도 그렇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루게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할지
이 고통이 끝나기는 하는건지

막막하고

힘들고
또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리고 그 목표가 진정 이룰만한 가치가 있는지 또한 알수가 없다.
가보지 않았으니…
잘못된 목표였다면, 목표를 드디어 이뤄냈다는 뿌듯함만 잠깐 남고,
시간 낭비, 돈 낭비, 에너지 낭비, 젊음 낭비…
낭패일 수도 있다.
목표 재설정이 의미 없을 정도로 잘못된 길을 왔을 수도 있다.
그 버텨왔던 시간에 대한 추억밖에 남지 않을수도 있지만,

(고통스럽게만 그 시간을 보냈다면 남을 추억이나 있을까 싶지만...

그래서, 힘든 시간이지만 뭔가 즐거움을 찾는것도 중요한것 같다.

지나가는 귀여운 강아지랄지... 특이한 주위 사람이랄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다면,
출발선에서 그냥 서있는다면,
홀로 가만히 있는다면,
실패도 없는,
그냥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