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키우기

떠난 놈과 남는 놈

트루라이 2023. 9. 24. 22:08

올해 초 4 종류의 식물을 샀다.
로즈마리를 사고 싶어 갔다가, 모히또 만들어먹어야지 하고 애플민트, 페퍼민트도 사고, 그냥.. 라벤도도 샀다.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식물들을 키우며 느낀건… 결국 남을 놈은 남고, 떠날 놈은 떠난 다는 거다.

내가 애지중지했던 로즈마리…
처음부터 로즈마리만 비싼 토분에 심어주고, 햇빛 따라가며 자리를 옮겨주고 선풍기도 틀어주고 했는데, 잠깐 방심하니 바로 말라 죽어버렸다.
아무리 이뻐하고 신경쓰고 애지중지하고 또 동동거려도… 내 마음과 상관없이 기회가 생기니 바로 말라 죽어 버렸다.
지도 ‘아니 물이 부족한데, 네가 아무리 식물등을 켜줘도 빛이 부족하고, 네가 아무리 선풍기를 틀어줘도 바람이 부족한데, 내가 어떻게 살겠냐!!!’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한 쪽의 마음으로만은 아무리 애를써도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반면, 페퍼민트는 로즈마리 챙겨주면서 옆에서 얻어 먹는게 다였는데도, 쑥쑥 잘 자라고 있다.
키가 커지고 사방으로 정신 없게 뻗은 가지들을 잘라서 물꽂이 해놨더니 또 뿌리가 쭉쭉 나오고, 가느다란 뿌리 하나 나왔을때 이 상태로 흙에 심어도 사나 궁금해서 흙속에 살짝 넣어둔것도 안 마르고 자리를 잡고 살아나고 있다.

난 똑같이 아니 덜해줬는데도 페퍼민트는 잘 자라나고 있다. 신기하게도…


초반에 라벤더는 어느날 갑자기 잎이 시들해졌길래, 이것이 그렇게 조심해야한다는 과습인가??? 싶어… 분갈이를 다시 해주고 나름 애썼는데… 다음 날 더 바짝 말라 죽어간 라벤더.
솔직히 속상은 했지만, 그게 다였다.
로즈마리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뭐 그 정도?

하지만 로즈마리가 죽었을땐… 우선 화가 났다.
정녕 죽는거냐! 내가 그리 애지중지했는데, 마음이란건 없는 식물이라 내 마음 내 정성일랑 싹 무시하구 그냥 네 하고 싶은데로! 네 성질대로! 그냥 그렇게 죽어버리는거냐!!!
로즈마리에게 과몰입한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 속상하고 화가났다.


결국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준다해도, 죽을 놈은 죽고 남을 놈은 남는다.
마음을 주면, 떠났을 때 더 화가 나고 괴롭다.
마음은 내 안에서만 일어나는 작용인 것일까?
아무런 힘도 없고…

결국엔 고통의 근원만 될 뿐인걸까?
그지같군…
마음이라는 건…